창작소설 | Fiction/Elenovation | Episodes5 1부 1장 | 2학년 3반 (4) 1부 1장2학년 3반 (4) 마지막 수업이 끝났을 때도, 교실은 바로 풀어지지 않았다. 의자가 한두 개 늦게 밀렸고, 누군가는 공책을 덮지 않은 채 책상 위만 괜히 뒤적였다. 하루 종일 이어진 수업은 길게 느껴졌지만, 지나고 나면 대부분 비슷했다. 1학년 때부터 보아 온 선생님들, 익숙한 과목명, 크게 다르지 않은 안내. 달라진 게 있다면, 모두가 하나같이 작년과는 다를 거라고 말하는 방식뿐이었다. 그 말들이 하루 내내 교실 안 어딘가에 남아 있었다. 하교 전. 실습조 공지. 겉으로는 다들 다른 얘기를 하고 있었지만, 기다리는 건 결국 그쪽이었다. 이서는 가만히 앉은 채 앞을 봤다. 물병은 여전히 손 가까이에 있었지만, 이번에는 건드리지 않았다. 손끝은 책상 모서리에 닿아 있었다. 누르고 있다는 생각도 .. 2026. 5. 23. 1부 1장 | 2학년 3반 (3) 1부 1장2학년 3반 (3) 이서는 책상 위에 올려 둔 물병을 한 번 돌려 놓았다. 딱히 할 일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가만히 있는 것보다 그게 더 자연스러워 보여서였다. 좀 전까지의 적막이 무색할 정도로 주변은 금세 다시 시끄러워졌다. 「야.」 갑자기 가까운 데서 목소리가 들렸다. 이서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가온은 통로를 다 막지 않을 만큼만 가까이 섰다.이서가 고개를 들면 바로 대답할 수 있고, 고개를 내리면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 거리였다. 「너 물병 계속 돌리고 있더라.」 이서는 손을 멈췄다. 그제야 자기가 아까부터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아.」 대답이 너무 짧았다고 느낀 건 그 다음이었다. 가온은 전혀 걸리지 않는 얼굴이었지만. 「긴장했냐?」 가온은 눈앞의 물병을 턱끝으.. 2026. 5. 9. 1부 1장 | 2학년 3반 (2) 1부 1장2학년 3반 (2) 교실 문이 열리자, 흩어져 있던 소리가 가라앉았다. 말을 멈추지 못한 몇몇의 목소리가 늦게 따라 줄어들었고, 의자를 밀던 소리도 한 박자 뒤에 멎었다. 들어온 사람은 압도적인 존재감도, 일부러 힘을 준 분위기도 없었지만, 흐트러지는 부분 또한 없었다. 멈추는 위치가 일정하고 정확했고, 교탁에 선 뒤의 시선은 길지 않게 교실을 한 번 훑었다. 짧은 시선이었는데도, 대충 넘기는 느낌은 아니었다. 한도하였다. 한도하는 별다른 인사 없이 교탁 앞에 섰다. 손을 올리기도 전에 전자 칠판 한쪽이 반응했고, 생활기록 화면이 접히듯 사라진 뒤 출결 목록이 위에서 아래로 조용히 내려왔다. 교실 오른편 패널에도 담임 인증 완료 표시가 짧게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앉아라.」 이미 앉아 있던 애들.. 2026. 4. 18. 1부 1장 | 2학년 3반 (1) 1부 1장2학년 3반 (1) 새 학기 첫날의 복도는 늘 시끄럽다.신발 바닥이 바닥재를 미끄러지는 소리, 사물함 문이 닫히는 소리, 서로를 부르는 목소리, 늦었다며 짧게 뛰어가는 발소리까지. 2학년 구역에 들어서자 소리의 결이 조금 달라졌다.웃는 애들도 손목 밴드를 한 번씩 확인했고, 누군가는 소매 끝을 끌어내려 식별 도선을 가렸다. 이서는 2학년 3반 문 앞에 멈춰 섰다. 문 옆 벽면에는 출결 인증 패널이 붙어 있었다. 투명판 안쪽으로 얇은 전하선이 몇 겹 겹쳐 있었고, 학생이 손목의 인식 밴드를 가까이 대면 안쪽 회로가 은은하게 켜졌다가 꺼졌다. 그 아래에는 안정성 경고 표시등 세 칸이 나란히 박혀 있었다. 초록색, 주황색, 빨간색. 평소에는 장식처럼 보였지만, 작년 가을 한 번 주황색 표시등이 켜진 .. 2026. 3. 28.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