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0 #1 “질문이 반이다” — 주제 선정과 문제정의 (1) 먼 옛날 혈액형에 따른 성격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듯이,요즘 모임에서는 MBTI가 이야깃거리가 된다. T와 F 사이에서 서로에 대한 시선도 재미있지만,과학을 하는 입장에서는 N과 S의 차이가 참 흥미롭다.그 유형의 차이는 사고방식에 있는데,S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에 기반한 생각을 하는 반면,N은 이상적이고 추상적인 아이디어와 의미에 집중한다나. 그래서인지 N은 '만약에~'라는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면,S는 '왜' 그런 생각을 해야하는지 되묻는다.반대로 S가 '그것은 이러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할 때,N은 '왜' 그러한지 되묻는다. 다소 장황하게 시작했지만, 하고자 하는 말은 이렇다. 연구는 바로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좋은 연구는 일견 당연해 보이는 것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지 않.. 2026. 5. 12. 1부 1장 | 2학년 3반 (3) 1부 1장2학년 3반 (2) 이서는 책상 위에 올려 둔 물병을 한 번 돌려 놓았다. 딱히 할 일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가만히 있는 것보다 그게 더 자연스러워 보여서였다. 좀 전까지의 적막이 무색할 정도로 주변은 금세 다시 시끄러워졌다. 「야.」 갑자기 가까운 데서 목소리가 들렸다. 이서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윤가온이 자기 옆줄 통로에 반쯤 걸쳐 서 있었다. 완전히 가까운 것도 아니고, 멀리서 부른 것도 아닌 적당한 거리였다. 타인과의 미묘한 간격을 재는 법을 본능적으로 아는 사람처럼 보였다. 「너 물병 계속 돌리고 있더라.」 이서는 손을 멈췄다. 그제야 자기가 아까부터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아.」 대답이 너무 짧았다고 느낀 건 그 다음이었다. 가온은 전혀 걸리지 않는 얼굴이.. 2026. 5. 9. 1부 1장 | 2학년 3반 (2) 1부 1장2학년 3반 (2) 교실 문이 열리자, 흩어져 있던 소리가 가라앉았다. 말을 멈추지 못한 몇몇의 목소리가 늦게 따라 줄어들었고, 의자를 밀던 소리도 한 박자 뒤에 멎었다. 들어온 사람은 압도적인 존재감도, 일부러 힘을 준 분위기도 없었지만, 흐트러지는 부분 또한 없었다. 멈추는 위치가 일정하고 정확했고, 교탁에 선 뒤의 시선은 길지 않게 교실을 한 번 훑었다. 짧은 시선이었는데도, 대충 넘기는 느낌은 아니었다. 한도하였다. 한도하는 별다른 인사 없이 교탁 앞에 섰다. 손을 올리기도 전에 전자 칠판 한쪽이 반응했고, 생활기록 화면이 접히듯 사라진 뒤 출결 목록이 위에서 아래로 조용히 내려왔다. 교실 오른편 패널에도 담임 인증 완료 표시가 짧게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앉아라.」 이미 앉아 있던 .. 2026. 4. 18. 1부 1장 | 2학년 3반 (1) 1부 1장2학년 3반 (1) 새 학기 첫날의 복도는 늘 시끄럽다.신발 바닥이 바닥재를 미끄러지는 소리, 사물함 문이 닫히는 소리, 서로를 부르는 목소리, 늦었다며 짧게 뛰어가는 발소리까지. 하지만 2학년 구역 쪽은 달랐다. 다들 웃고 떠들고 있었지만, 어딘가 자기 몸을 의식하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이서는 2학년 3반 문 앞에 멈춰 섰다. 문 옆 벽면에는 출결 인증 패널이 붙어 있었다. 투명판 안쪽으로 얇은 전하선이 몇 겹 겹쳐 있었고, 학생이 손목의 인식 밴드를 가까이 대면 안쪽 회로가 은은하게 켜졌다가 꺼졌다. 그 아래에는 안정성 경고 표시등 세 칸이 나란히 박혀 있었다. 초록색, 주황색, 빨간색. 평소에는 장식처럼 보였지만, 작년 가을 한 번 주황색 표시등이 켜진 뒤로는 그걸 무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2026. 3. 28.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