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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설 | Fiction/Elenovation | Episodes2

1부 1장 | 2학년 3반 (1) 1부 1장2학년 3반 (1) 새 학기 첫날의 복도는 늘 시끄럽다.신발 바닥이 바닥재를 미끄러지는 소리, 사물함 문이 닫히는 소리, 서로를 부르는 목소리, 늦었다며 짧게 뛰어가는 발소리까지. 하지만 2학년 구역 쪽은 달랐다. 다들 웃고 떠들고 있었지만, 어딘가 자기 몸을 의식하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이서는 2학년 3반 문 앞에 멈춰 섰다. 문 옆 벽면에는 출결 인증 패널이 붙어 있었다. 투명판 안쪽으로 얇은 전하선이 몇 겹 겹쳐 있었고, 학생이 손목의 인식 밴드를 가까이 대면 안쪽 회로가 은은하게 켜졌다가 꺼졌다. 그 아래에는 안정성 경고 표시등 세 칸이 나란히 박혀 있었다. 초록색, 주황색, 빨간색. 평소에는 장식처럼 보였지만, 작년 가을 한 번 주황색 표시등이 켜진 뒤로는 그걸 무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2026. 3. 28.
프롤로그 | 이름으로 남는 한 프롤로그이름으로 남는 한 빛을 비추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회색 금속으로 된 차가운 외벽 위로, 오래된 흠집과 수복 흔적, 여러 번 덧대고 뜯어낸 자국이 겹쳐져 있었고, 사람 하나쯤은 삼킬 수 있을 것 같은 높이의 케이스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손전등의 각도가 조금 틀어지는 순간, 금속 표면 위로 문장이 떠올랐다. 【이름으로 남는 한...】 이서는 숨을 멈춘 채 그 문장을 올려다보았다.문장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그 아래로 몇 줄이 더 이어져 있었지만, 왠지 입 밖으로 내서는 안 될 것처럼 느껴지는 문장들이었다. 바닥 아래에서 낮은 진동이 울렸다.기계음 같기도 했고, 생명체의 심장박동 같기도 했다.장치 외벽을 감싼 고리 세 겹이 아주 느리게 떨리고 있었다. 이서는 검게 꺼진 인가부 앞으로.. 2026. 3.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