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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설 | Fiction/Elenovation | Episodes

1부 2장 | C조 (1)

by 꾸밈음 2026.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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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1)

 

패널 하단에 첫 이름이 떠오르자, 교실 안의 소리가 잦아들었다. 누군가는 숨을 들이켰고, 누군가는 단말기 화면을 손가락으로 밀었다. 의자 다리 하나가 바닥을 짧게 긁었고, 뒤쪽에서는 누가 삼킨 말이 목 안쪽에서 작게 걸리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아무도 크게 말하지 않았다.

 

앞쪽 패널에는 반 전체 명단이 한 번에 공개되지 않았다. 대신 각자 단말기로 확인하라는 안내 문구만 떠 있었다. 반별 공지는 단순 안내였고, 실제 배정값은 개인 기록에 먼저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모두가 동시에 결과를 확인하지 못하도록 순서를 나누어 둔 화면이었다.

 

이서는 아직 단말기를 켜지 않았다.

 

앞쪽 패널에는 얇은 회색 줄들이 천천히 정렬되고 있었다.

 

실습조 배정 완료.
개별 단말 확인.
배정 기록 자동 저장.

 

그 문장들이 차례로 올라오고 사라졌다.

 

마지막 줄은 유독 오래 남았다.

 

기록.

 

이 학교에서는 늘 그랬다. 말보다 기록이 먼저였고, 설명보다 분류가 먼저였다. 누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어느 순간에 손끝이 떨렸는지, 얼마나 오래 버텼는지 같은 것들은 대놓고 적히지 않았다. 그래도 어딘가에는 남았다. 생활기록이든, 능력기록이든, 교사 열람용 첨부값이든.

 

학생들은 그걸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조용했다.

 

「야.

뒤쪽에서 누가 아주 낮게 불렀다.

 

「너 떴냐?

 

「아직 안 봤어.

 

「빨리 봐.

 

「네 거나 봐.

 

짧은 말들이 오갔다. 대답들은 가벼운 척했지만, 말끝이 평소보다 얇았다.

 

이서는 그제야 단말기를 켰다.

 

화면이 밝아지는 데 걸린 시간은 길지 않았다. 잠금 화면이 풀리고, 학교 앱 알림이 위쪽에 떠 있었다. 실습 운영 알림. 새 항목 하나가 붉은 점과 함께 표시되어 있었다. 이서는 손가락을 올렸다가 잠깐 멈췄다.

 

아직 열지 않았는데도, 결과는 이미 정해진 뒤였다.

 

A는 아닐 것이다.

 

그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A조는 출력이 높고, 제어가 빠르고, 이미 자기 몸을 어느 정도 다룰 줄 아는 애들이 가는 곳이었다. 실습동에서 이름이 먼저 불리는 애들. 선생님들이 굳이 많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이는 애들. 작년부터 이미 눈에 띄었던 애들.

 

B조도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B조는 눈에 띄지 않아도 안정적인 쪽이었다. 출력이 조금 낮아도 기록이 고르고, 실수해도 회수가 빠르고, 무엇보다 설명 가능한 애들. 이 학교에서 안정적이라는 말은 칭찬이자 보호막이었다. 큰 기대를 받지 않아도, 큰 의심도 받지 않는 자리.

 

남은 것은 C였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손끝이 화면 위에 닿았다.

 

알림창이 열렸다.

 

잠깐의 로딩 표시가 돌았다. 작은 원이 한 바퀴, 두 바퀴를 돌고 멈췄다. 이어서 검은 배경 위로 이름과 학번, 반 정보가 차례로 나타났다.

 

2학년 3
이서

 

그 아래, 한 줄이 조금 늦게 떠올랐다.

 

1집단 적성 실습조
C

 

이서는 화면을 보고 있었다.

 

놀라지는 않았다. 숨이 멎지도 않았고, 손에서 단말기를 떨어뜨리지도 않았다. 화면 위의 두 글자만 생각보다 선명했다. C. 얇은 글자였는데도 화면 안쪽에 깊게 박혀 있었다.

 

주변에서도 하나둘 반응이 나왔다.

 

「아, 됐다.

 

그 말은 안도의 쪽이었다.

 

「나 B.

 

「좋겠다.

 

「좋은 건 아니고, 그냥...

 

말끝이 흐려졌다. B조를 받았다고 대놓고 기뻐하기에는 주변이 애매했다. 그 옆에서 누군가는 자기 단말기를 내려놓지 못한 채 같은 화면만 계속 보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작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C.

 

그 말이 나오자 근처의 시선 몇 개가 잠깐 움직였다가, 바로 다른 곳으로 흩어졌다. 오래 보지 않으려는 시선이었다. 위로하기에도 이상하고, 모른 척하기에도 너무 가까운 결과.

 

C조는 그런 이름이었다.

 

못하는 애들이 가는 곳이라고만 하면 차라리 쉬웠다. 그러면 실력 문제로 끝낼 수 있었다. 조금 더 연습하면 된다거나, 이번 학기만 버티면 된다고 말할 수 있었다. 실제로 그런 애들도 있었다. 출력이 늦게 올라오는 애들, 변형이 아직 손가락 끝에서만 멈추는 애들, 시도할 때마다 회복 시간이 너무 길어지는 애들.

 

하지만 C조가 불편한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어떤 애들은 못해서가 아니라, 아직 판단이 끝나지 않아서 그곳으로 갔다. 어떤 애들은 출력은 낮은데 기록상 남는 흔적이 이상했고, 어떤 애들은 적성은 분명한데 회수값이 일정하지 않았다. 또 어떤 애들은 한 번도 크게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는데도, 교사들이 계속 다시 보려는 쪽에 가까웠다.

 

그래서 C조는 하위권이라는 말보다 더 조심스러운 이름이었다.

 

낮은 자리라기보다, 보류된 자리.

 

끝난 분류가 아니라, 계속 열려 있는 분류.

 

이서는 화면을 끄지 않은 채 가만히 있었다.

 

C조라는 두 글자는 자기 실력에 대한 판정보다, 자기가 아직 설명되지 않았다는 표시처럼 다가왔다. 그게 더 불편했다. 부족하다고 하면 차라리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실제로 잘하지 못했고, 작년 내내 뚜렷하게 보여준 것도 없었다.

 

그런데 이건 조금 달랐다.

 

학교가 자신을 모른다는 뜻인지, 아니면 알고도 이렇게 적었다는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이서는 그 둘 사이에 놓여 있었다.

 

「야, 재배정 있나?

 

앞쪽에서 누가 물었다.

 

목소리가 크진 않았지만, 다들 들었다. 한도하는 교탁 옆에 서서 반 전체를 보고 있었다. 질문을 한 학생은 자기 단말기를 손에 쥔 채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한도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짧은 침묵이 지나갔다. 그 사이에 교실 안은 조금 더 조용해졌다.

 

「있다.

 

한도하가 말했다.

 

그 말에 몇몇의 자세가 미세하게 풀렸다. 하지만 다음 말이 이어지자, 그 움직임은 끝까지 풀리지 못했다.

 

「다만 첫 배정 자체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교실 안쪽 어딘가에서 누가 작게 숨을 들이켰다.

 

한도하는 화면을 한 번 보고 말을 이었다.

 

「실습조는 학기 중 평가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하지만 오늘 배정은 최초 기준값으로 기록된다. 이후 재배정이 있더라도, 첫 배정값은 남는다.

 

첫 배정값.

 

말은 건조했다. 한도하는 겁을 주려는 말투도 아니었고, 달래는 쪽도 아니었다. 그저 규정 하나를 정확히 읽어 주는 사람처럼 말했다. 그래서 더 피할 곳이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 결과만 보고 자리에서 움직이지 마라. 개인별 세부 안내는 곧 내려간다.

 

누군가 작게 중얼거렸다.

 

「남는다고...

 

옆자리 학생이 팔꿈치로 그 말을 끊었다.

 

이서는 단말기 화면을 껐다.

 

화면이 어두워지자 자기 얼굴이 흐릿하게 비쳤다. 눈에 띄는 표정은 없었다. 조금 굳어 보이기는 했지만, 지금 이 교실에서 그런 얼굴은 흔했다. C조에 배정된 애들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A조에 간 애들은 다른 의미로 굳어 있었고, B조에 간 애들은 안도와 미안함 사이 어딘가에서 단말기를 괜히 뒤집어 놓았다.

 

결과가 나왔는데도 교실은 풀리지 않았다.

 

오전까지는 모두 같은 반 학생이었다. 지금은 그 위에 다른 선이 하나 더 그어진 뒤였다. 책상 사이에 놓인 것도 아니고, 학생들 몸에 표시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다들 그 선을 의식하고 있었다.

 

A.

 

B.

 

C.

 

세 글자만으로도 교실 안의 공기가 나뉘었다.

 

이서는 고개를 들었다.

 

가온은 아직 자기 단말기를 확인하지 않은 척하고 있었다. 주변에서 누가 말을 걸었고, 가온은 평소처럼 받아쳤다. 소리가 여기까지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어깨를 움직이는 방식이 가벼웠다.

 

연주는 이미 화면을 끈 상태였다.

 

그녀는 공책 가장자리에 짧은 표시를 몇 개 적고 있었다. 이름은 없었다. 단말기가 울린 순서, 고개를 든 자리, 말이 끊긴 쪽을 작게 표시하는 손만 움직였다. 그러다 아주 잠깐, 이서 쪽에서 펜끝이 멈췄다.

 

이서는 그걸 알아차렸지만, 이번에는 먼저 피하지 않았다.

 

연주는 곧 다시 고개를 내렸다.

그뿐이었다.

 

그 짧은 멈춤이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안쓰러움은 아니었다. 호기심이라고 하기에도 조금 달랐다. 이서는 연주의 공책 가장자리에서 이어진 짧은 선 하나를 보았다가, 곧 시선을 거두었다.

 

그때 앞쪽 패널에 다시 안내창이 떴다.

 

실습조별 세부 안내 전송 중.

 

교실 곳곳에서 단말기가 짧게 울렸다.

 

.

.

 

.

 

비슷한 소리들이 시간차를 두고 퍼졌다. 누군가는 바로 확인했고, 누군가는 일부러 늦게 열었다. 이서의 단말기도 손 안에서 한 번 작게 떨렸다. 화면을 켜자 새 안내문이 떠 있었다.

 

C
예비 안정성 확인 대상 포함
실습동 2구역 배정
세부 일정 추후 공지

 

이서는 두 번째 줄에서 멈췄다.

 

예비 안정성 확인 대상.

 

아주 이상한 말은 아니었다. C조 학생들에게는 흔히 붙는 문구일 수도 있었다. 실제로 옆쪽에서 누가 자기 화면을 보며 비슷한 말을 중얼거렸다.

 

「나도 안정성 확인 뜨네.

 

C는 다 뜨는 거 아냐?

 

「아마 그렇겠지.

 

아마.

 

그 말은 확실한 대답이 아니었다. 누구도 진짜로 아는 사람은 없는 듯했다. 학교는 필요한 만큼만 알려 주었고, 학생들은 그 부족한 부분을 농담이나 추측으로 메웠다.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는 더 그럴 것이다.

 

이서는 안내문을 아래로 조금 내렸다.

 

하단에는 짧은 주의 문구가 붙어 있었다.

 

첫 배정 이후 실습 기록은 능력기록부에 자동 연동됩니다.
기록 정정은 담당 교사 확인 후 가능합니다.

 

정정.

 

그 단어가 눈에 걸렸다.

 

아직 아무 실습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정정이라는 말이 있었다. 틀릴 수도 있다는 뜻인지, 틀려도 바로 지워지지 않는다는 뜻인지 알 수 없었다.

 

교실 안은 조금씩 소란을 되찾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의 소란과는 달랐다. 누가 어느 조인지 알게 된 뒤의 말들은, 전보다 조심스럽고 더 날카로웠다.

 

「너 A?

 

「어.

 

「역시.

 

「뭘 역시야.

 

「아니, 그냥.

 

짧은 말 속에 기대와 거리감이 같이 섞였다.

 

다른 쪽에서는 더 낮은 소리가 오갔다.

 

C... 실습동 2구역인가?

 

「거긴 뭐가 달라?

 

「몰라. 작년에 선배들이 거긴 기록 장치 많다고 했는데.

 

「야, 그런 말 하지 마.

 

말은 거기서 끊겼다.

 

이서는 손가락으로 화면 가장자리를 문질렀다. 의미 없는 동작이었다. 화면은 이미 더 내려갈 곳이 없었고, 안내문도 바뀌지 않았다.

 

교실 앞쪽 패널은 다시 일반 안내 화면으로 돌아갔다. 실습조 배정이라는 창은 사라졌고, 대신 내일 일정과 청소 구역, 하교 안내가 평범하게 떠올랐다.

 

하지만 교실은 전과 같지 않았다.

 

화면이 바뀌어도, 방금 전까지 떠 있던 글자들은 남아 있었다. 누군가는 A조가 되었고, 누군가는 B조가 되었고, 누군가는 C조가 되었다. 그 차이는 지금 당장 책상이나 의자를 바꾸지는 않았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은 조금 바꿔 놓았다.

 

이서는 단말기를 책상 위에 엎어 두었다.

 

손바닥에 남은 온기가 천천히 식었다. 화면을 끈 뒤에도 손 안쪽에 글자가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었다. 손금만 보였고, 낮 동안 책상 모서리를 눌러 생긴 희미한 자국만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