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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설 | Fiction/Elenovation | Episodes

1부 1장 | 2학년 3반 (4)

by 꾸밈음 2026.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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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3 (4)

 

마지막 수업이 끝났을 때도, 교실은 바로 풀어지지 않았다.

 

의자가 한두 개 늦게 밀렸고, 누군가는 공책을 덮지 않은 채 책상 위만 괜히 뒤적였다. 하루 종일 이어진 수업은 길게 느껴졌지만, 지나고 나면 대부분 비슷했다. 1학년 때부터 보아 온 선생님들, 익숙한 과목명, 크게 다르지 않은 안내. 달라진 게 있다면, 모두가 하나같이 작년과는 다를 거라고 말하는 방식뿐이었다.

 

그 말들이 하루 내내 교실 안 어딘가에 남아 있었다.

 

하교 전.

 

실습조 공지.

 

겉으로는 다들 다른 얘기를 하고 있었지만, 기다리는 건 결국 그쪽이었다.

 

이서는 가만히 앉은 채 앞을 봤다.

 

물병은 여전히 손 가까이에 있었지만, 이번에는 건드리지 않았다. 손끝은 책상 모서리에 닿아 있었다. 누르고 있다는 생각도 없었는데, 어느 순간 보니 손가락 끝이 희게 눌려 있었다. 이서는 힘을 조금 풀었다.

 

통로 건너편에서는 가온이 자기 쪽 자리 근처를 둘러싼 학생들과 말을 섞고 있었다. 웃는 애가 있으면 같이 웃고, 누가 핀잔을 던지면 바로 받아쳤다. 가온은 분위기를 끌고 가려 애쓰지 않았다. 웃음이 나오면 받았고, 말이 꼬이면 한마디로 풀었다.그 주변 대화는 오래 끊기지 않았다.

 

반대로 연주는 내내 조용했다.

공책 한쪽에는 오늘 하루 동안 적은 것들이 가지런히 남아 있었고, 펜 끝은 멈춰 있었지만 시선은 멈춰 있지 않았다. 연주는 고개를 많이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소리가 난 쪽마다 펜 끝이 먼저 움직였다. 공책 한쪽에는 자리 번호와 짧은 표시들이 늘어났다.

 

이서는 괜히 다시 창가 쪽을 봤다.

 

실습동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운동장 건너편에서 햇빛을 받아 희게 번들거리는 외벽, 유리보다 차폐판이 더 많은 벽면, 누가 드나드는지도 잘 보이지 않는 출입문. 멀리서 볼 때마다 연구동 같다고 생각했는데, 가까이 갈수록 더 학교 같지 않은 건물이었다.

 

올해는 저기로 더 자주 가게 될 것이다.

 

어느 정도까지 들어가게 될지,

어느 선까지 허용될지는,

아마 곧 정해질 것이다.

 

그때 교실 앞쪽 벽면에서 짧은 신호음이 울렸다.

 

.

 

아주 크지도 않은 소리였는데, 흩어져 있던 시선 몇 개가 한 번에 앞쪽으로 모였다. 전자 칠판 옆 보조 패널에 떠 있던 장비 점검 완료 표시가 사라지고, 새로운 창 하나가 조용히 떠올랐다.

 

실습 운영 알림

개별 단말 확인 준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교실 안이 조금 조용해졌다.

 

뒤쪽에서 누가 낮게 말했다.

 

「이제 뜨나?

「아직 아닐걸. 준비하라잖아.

「아 진짜 더 떨리게 하네.

 

앞줄 어딘가에서 작은 웃음이 났다가 금방 끊겼다. 웃은 학생은 곧바로 단말기 화면을 확인했고, 옆자리 학생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렸다. 이서는 손끝으로 책상 모서리를 한 번 더 눌렀다.

 

가온이 오전에 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 너무 굳어 있진 말고. 진짜 그러면 더 이상해 보여.

 

그 말을 떠올리는 순간, 오히려 지금 자기가 어느 정도 굳어 있는지가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이서는 어깨에 들어간 힘을 아주 조금만 풀었다. 누가 보면 티도 안 날 정도였지만, 그 정도면 됐다.

 

앞쪽에서 누가 몸을 돌려 말했다.

 

「야, 너는 어디 예상해?

「몰라. B면 좋겠는데.

「넌 B는 가겠지.

「아니, 이번엔 진짜 모르겠다니까.

 

다른 쪽에서는 더 낮은 목소리가 붙었다.

 

C만 아니면 된다.

「그건 작년에도 듣던 말이다.

「아니 근데 진짜 싫어. 주의관찰반 같잖아.

「입 좀 조심해.

 

그 마지막 말은 작았지만, 듣는 사람은 들을 만한 톤이었다.

 

이서는 시선을 내렸다.

 

C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굳이 반응하지 않아도 어딘가 몸이 먼저 아는 느낌이 있었다. 불길한 일은 아직 없었다. 그런데 C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손끝이 먼저 굳었다. 이서는 그걸 모른 척하려고 책상 모서리에서 손을 뗐다.

 

의자가 가볍게 울렸다. 이서는 그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가온이 제자리로 돌아가 앉고 있었다. 가온은 별다른 표정 없이 단말기를 켜고 있었고, 옆자리에서 누가 뭐라 하자 「쉿」 하는 것도 아닌, 웃는 것도 아닌 얼굴로 손만 한번 들었다. 괜히 어색함을 키우지 않으면서도 분위기를 놓치지 않는 태도였다.

 

연주 쪽에서는 페이지 넘어가는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정말로 공책을 덮는 소리였다. 연주는 펜을 가지런히 놓고 단말기를 켰다. 알림이 뜨자, 화면 위에 올려 두었던 손가락만 짧게 움직였다.

그 사이에 교실 앞쪽 패널의 회색 대기창이 한 줄 더 늘어났다.

 

실습조 배정 데이터 수신 중

잠시 후 반별 공지

 

이번에는 웅성거림이 조금 더 크게 번졌다.

 

「온다.

「아, 진짜네.

「야, 나 보기 싫어.

「그럼 내가 봐줄까?

「시끄러.

 

웃는 목소리, 숨 들이키는 소리, 의자 다리 끄는 소리가 한꺼번에 겹쳤다.

 

이서는 단말기를 켜지 않았다.

 

왜인지 바로 확인하는 쪽으로 손이 가지 않았다. 그 대신 앞쪽 패널만 보고 있었다. 반 전체가 같이 보는 화면이 더 낫다고, 이유도 없이 그렇게 생각했다. 자기 것만 먼저 보는 건 버거울 것 같았다.

 

그때였다.

 

한도하가 다시 교실 문 앞에 나타났다.

 

문 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한도하는 이미 교실 문 앞에 서 있었다. 아까처럼 교탁 쪽으로 곧장 들어오진 않았다. 문 옆에서 반 안을 한 번 둘러보고, 학생들 손에 들린 단말기와 앞쪽 패널을 차례로 확인했다.

 

그리고 아주 잠깐,

이서 쪽에서 시선이 걸렸다.

 

시선은 이서가 숨을 고르기도 전에 지나갔다.

조금 전까지 낮게 번지던 목소리들이 한 번에 얇아졌다.

 

한도하는 별말 없이 교탁 옆 패널에 단말기를 댔다. 전자 칠판 아래쪽에 떠 있던 대기창이 한 번 흔들리듯 바뀌고, 반 번호와 함께 학생 명단 일부가 잠깐 스쳐 지나갔다.

 

이서는 그 짧은 변화 속에서도 자기도 모르게 숨을 조금 죽였다.

 

한도하는 학생들을 향해 짧게 말했다.

 

「조용히 확인하도록.

 

그 말은 크게 엄한 톤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더 시끄러워질 여지를 잘라냈다.

 

「배정은 최종값 기준이다. 확인한 뒤에 자리 이탈하지 말고 기다려라.

 

이서는 무릎 위에 올려 둔 손을 아주 천천히 폈다.

손바닥 안쪽에 옅게 남아 있던 눌린 자국이 조금씩 풀어졌다.

 

곧 앞쪽 패널이 한 번 더 바뀌었다.

 

회색 대기창이 사라지고, 검은 화면 위로 얇은 선들이 정렬되기 시작했다. 반 전체 명단이 뜨는 방식은 아니었다. 개별 확인용 표시와 반별 안내문이 먼저 올라왔고, 그 아래에 실습조 배정 항목이 천천히 자리 잡았다.

 

교실 안 누군가가 아주 낮게 말했다.

 

「뜬다.

 

그 한마디가 들린 순간, 이서는 자기도 모르게 앞을 더 똑바로 보게 되었다.

 

이제 정말 정해진다.

 

자기가 이 학교 안에서 어디쯤에 놓일지.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고, 어느 정도까지 평가될지.

 

교실 안에서 의자 삐걱이는 소리가 한 번 났다.

누군가 숨을 짧게 들이켰다.

 

그리고 그 순간, 패널 하단에 첫 이름이 떠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