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1장 | 2학년 3반 (1)
1부 1장
2학년 3반 (1)
새 학기 첫날의 복도는 늘 시끄럽다.
신발 바닥이 바닥재를 미끄러지는 소리, 사물함 문이 닫히는 소리, 서로를 부르는 목소리, 늦었다며 짧게 뛰어가는 발소리까지.
하지만 2학년 구역 쪽은 달랐다. 다들 웃고 떠들고 있었지만, 어딘가 자기 몸을 의식하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이서는 2학년 3반 문 앞에 멈춰 섰다.
문 옆 벽면에는 출결 인증 패널이 붙어 있었다. 투명판 안쪽으로 얇은 전하선이 몇 겹 겹쳐 있었고, 학생이 손목의 인식 밴드를 가까이 대면 안쪽 회로가 은은하게 켜졌다가 꺼졌다. 그 아래에는 안정성 경고 표시등 세 칸이 나란히 박혀 있었다. 초록색, 주황색, 빨간색. 평소에는 장식처럼 보였지만, 작년 가을 한 번 주황색 표시등이 켜진 뒤로는 그걸 무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앞에 서 있던 학생 하나가 인증을 마치자 패널이 짧게 울렸다.
삑.
그 학생은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교실 앞쪽에 앉아 있던 학생이 웃음을 터뜨렸다.
「야, 너 겨울방학 동안 진짜 못 했냐?」
「했거든. 손가락 정도는.」
「그게 했다는 거냐?」
가벼운 말이었지만 그 뒤에 붙는 웃음이 완전히 편하지는 않았다. 손가락만. 그 말은 이 학교에서는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다. 변형을 어디까지 붙잡을 수 있었는지, 어디서부터 무너졌는지를 묻는 말이기도 했다.
이서는 손목의 밴드를 풀었다가 다시 맞췄다. 이미 집에서 확인하고 나왔는데도 괜히 그렇게 했다. 맞닿는 감촉이 조금 차가웠다.
교복은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2학년용 교복은 선이 더 단정했다. 짙은 회색 재킷 안쪽으로 얇은 차폐 섬유가 덧대어져 있었고, 소매 끝에는 개인 식별용 도선이 가느다랗게 박혀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그냥 교복이었다. 가까이서 보아야 이 학교가 일반 학교와 완전히 같지는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복도 창으로 들어온 아침 빛이 바닥의 안내선을 길게 비추고 있었다. 그 선은 각 반 앞에서 한 번씩 꺾였고, 실습동 쪽으로 가는 방향은 유독 더 어두웠다.
2학년 3반.
문 위 전자표지판에 떠 있는 글자를 본 순간, 이서는 괜스레 어깨를 한 번 폈다. 새 학기 첫 날이어서인지, 2학년이어서인지, 같은 건물, 같은 복도인데도 작년보다 공기가 더 무거워진 듯했다.
교실 안쪽에서는 이미 자리를 잡은 학생들 몇몇이 떠들고 있었다. 이름을 기억하는 얼굴도 있었지만, 그냥 얼굴만 아는 사이가 더 많았다. 겨울방학 동안 키가 큰 애, 머리를 짧게 자른 애, 자세가 달라진 애. 그런 변화들이 곳곳에 보였다. 하지만 그 변화들이 반가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서는 인증 패널에 밴드를 댔다.
이번에도 짧은 소리가 났다.
삑.
그 아래 초록색 표시등이 잠깐 켜졌다가 꺼졌다. 아무 문제없는 통과였다. 이서는 그걸 확인하고도 잠깐 더 서 있었다. 누가 보면 문을 잘못 찾았나 싶을 정도의 머뭇거림이었다.
「안 들어가?」
옆에서 다른 반 학생이 지나가며 물었다. 잘 아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얼굴은 아는 애였다.
「어.」
이서는 그렇게만 답하고 문 안으로 들어섰다.
교실은 생각보다 밝았다. 복도 쪽에서 보일 때보다 창이 컸고, 책상 배열은 작년과 비슷했지만 앞쪽 벽면 장비들이 더 늘어 있었다. 전자 칠판 왼편에는 생활기록 연동 화면이 떠 있었고, 오른편에는 오늘 일정 대신 장비 점검 완료 표시가 먼저 떠 있었다. 맨 위 구석에는 안전 안내 문구가 조용히 스크롤되고 있었다.
무단 발현 금지.
미등록 물질 반입 금지.
경고등 점등 시 즉시 대기.
누구나 아는 내용이었지만, 매번 처음 보는 것처럼 눈이 갔다.
사전 배정된 자리는 창가 쪽, 뒤에서 세 번째였다. 이서는 가방을 내려놓고 의자에 앉았다.
교실은 빠르게 익숙한 풍경이 되어갔다. 누군가는 방학 숙제가 너무 어렵다며 투덜거렸고, 누군가는 실습조 발표가 오늘이 맞냐고 물었고, 누군가는 작년 2학기가 끝나기 전에 있었던 사고 이야기를 꺼냈다가 금방 입을 다물었다. 아무도 대놓고 긴장하고 있진 않았지만, 아무도 잊고 있지도 않았다.
「야, 올해 A조 누가 가냐?」
「벌써 그 얘길 하냐.」
「아니 궁금하잖아. 이번엔 더 빡세다던데.」
「난 C만 아니면 됨.」
「그건 네가 정하는 게 아니지.」
이서는 물병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 두며 쓴웃음을 지었다. 못 들은 척하기엔 너무 또렷했고, 귀 기울이는 척하기엔 너무 가까웠다. 누군가가 굳이 이서를 대화에 끌어들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는 사람 취급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원하면 끼어들 수는 있다. 하지만 먼저 손을 뻗어 오지는 않았다.
조용히 있으면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는.
먼저 말을 걸면 대답은 돌아오지만, 굳이 찾지는 않는.
막상 출석부에서 이름 하나가 비면 이상해지는 정도의 자리에 이서가 있었다.
그 때, 앞쪽 대각선 방향에서 의자가 긁히는 소리가 작게 났다.
이서는 무심코 시선을 옮겼다.
한 여자애가 책상 위를 정리하고 있었다.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필기구 하나, 얇은 파일 하나, 태블릿 하나를 가지런히 맞추고 있었다. 방금까지 주변에서 들리던 말소리가 그 근처만 살짝 비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고개를 숙인 채라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서연주였다.
이서는 이름을 떠올린 뒤에야 자기가 그쪽을 몇 초쯤 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연주는 마치 그 시선을 알고 있었다는 듯 아주 짧게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는지는 애매했다. 정확히는 마주치기 직전, 어딘가에 한 번 걸린 느낌이었다. 연주는 곧 다시 시선을 내렸다.
그게 끝이었다.
이서는 괜히 책상 모서리를 한 번 쓸었다. 연주가 무슨 특별한 행동을 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의 자세를 다시 의식하게 만들었다.
교실 뒤편에서는 다른 무리가 방학 동안 있었던 얘기로 웃고 있었다. 누군가는 여행 얘기를 했고, 누군가는 운동 얘기를 했고, 누군가는 새로 바뀐 훈련실 장비가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 사이사이에 익숙한 단어들이 섞였다.
출력.
안정성.
적성.
회수율.
배치.
이서는 창밖을 한 번 봤다. 운동장 건너편 실습동 외벽이 하얗게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 건물은 언제 봐도 학교의 부속건물이라기보다는 작은 연구동에 가까워 보였다. 유리창보다 차폐판이 더 많았고, 출입문마다 인식 장치가 달려 있었다. 아직 오전 수업도 시작하기 전인데, 벌써 두 사람이 그쪽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교사인지, 조교인지 구분은 가지 않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 건물은 멀게 느껴졌지만 올해는 아니었다. 실습조 배정이 나면, 결국 거기로 더 자주 가게 될 것이다. 어디까지 허용되고, 어디서부터 실패로 기록될지도.
이서는 시선을 거뒀다.
누군가 크게 이름을 부르며 교실 뒤쪽에서 손을 흔들었다. 다른 누군가가 그에 대꾸했다. 교실 안은 여전히 평범했다. 평범한데, 완전히 평범하지는 않았다. 마치 다들 자기 몫의 작은 경고문 하나쯤을 몸 안에 접어 넣고 앉아 있는 것 같았다.
그때 교실 앞쪽 벽면에서 작은 신호음이 울렸다.
띠.
생활기록 화면이 잠시 꺼졌다가 오늘 날짜와 반 정보로 전환되었다.
출결 대기.
담임 인증 필요.
그 아래 얇은 회색 줄이 천천히 차오르기 시작했다.
몇몇 학생이 말을 멈추고 앞을 봤다. 잠깐의 정적 뒤에 다시 수군거림이 이어졌다. 하지만 조금 전과는 달랐다.
이서는 등받이에 등을 기대지 않은 채 앉아 있었다. 손끝은 책상 위에 올려져 있었고, 발끝은 의자 다리와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위치에 놓여 있었다. 누가 보면 그저 단정하게 앉아 있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서는 알고 있었다. 자기가 편안한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조금 더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창가에서 바람이 한 번 들이쳤다. 커튼 끝이 흔들리고, 누군가 공책을 넘기다가 빠진 종이 한 장이 바닥으로 미끄러졌다. 그걸 주우려던 학생이 웃으며 욕 비슷한 말을 삼켰다. 누군가는 또 웃었다.
이서도 따라 웃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냥 타이밍이 조금 늦었다.
앞쪽 문 바깥에서 발소리가 멈췄다.
교실 안의 말소리가 아주 조금 낮아졌다.
생활기록 화면 오른쪽 위에 담임 인증 대기 문구가 깜빡였다. 그 아래, 아직 비어 있는 출결 목록 첫 줄에 커서가 천천히 깜빡이고 있었다.
새 학기의 첫 날인데도, 왠지 시작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았다.